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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Precision]

CH Precision C1 - CH 프리시전 C1 (하이엔드 오디오 DAC)
판매가격 : 33,500,000
적립금: 0
제조사: CH PRECISION
브랜드: CH Precision [브랜드바로가기]
제품상태:
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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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정보고시 상품정보고시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름)
품명 및 모델명 C1 제품구성 본체, 메뉴얼, 부속품
품질보증기간 구입일로 1년무상 AS 동일모델의 출시년월 20131201
AS책임자/전화번호 디자인&오디오/02)02-548-7901 제조자/수입자 CH PRECISION/디자인&오디오
주문 후 예상 배송기간 1일 ~ 3일 제조국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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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질 기타 기타 해당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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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오디오에 관련해서 고찰할 때 2000년대 초중반을 화려하게 수놓은 애너그램의 존재는 이제 거의 전설이 된 듯하다. 미국과 일본에 의해 주도되던 디지털 관련 기술이 갑자기 스위스에서 탄생한 이 회사 덕분에 유럽에도 포커스가 맞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사의 기술력을 데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르페우스의 갑작스런 성공은 거의 신데렐라 스토리와 진배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 애너그램은 없다. 그냥 사라져버렸다. 오디오 에어로, 솔루션, 카멜롯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회사에 납품하던 실적을 뒤로 하고 갑작스럽게 문을 닫은 것이다. 게다가 일종의 자회사였던 오르페우스까지 매각해버렸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그 의문은 얼마 후에 만들어진 ABC PCB의 창업으로 해명되는 듯했다. 애너그램의 정수를 담은 이 회사 역시 다양한 OEM으로 한껏 주가를 높여갔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명문들이 줄줄이 의뢰서를 보냈다. 한데 이마저도 갑자기 사라졌다. 절대 경영 악화나 기술력 문제가 아니다. 잘 나가던 시기에 갑자기 폐업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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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이유가 있다. 바로 CH Precision(이하 ‘CH’)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간 남의 집 살림을 돕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자기 일을 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온 것이다. 따라서 애너그램~ABC PCB 등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및 아날로그 기술은 이제 CH 에 집대성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C1이 있다.

정확히 지난 2009년부터 CH는 한 해에 한 개씩의 페이스로 신제품을 만들어왔다. 첫 작품은 CD 및 SACD 트랜스포트인 D1이고, 이어서 DAC인 C1이 나왔다. 이것은 정확히 말하면 DAC 및 프리 앰프를 한데 합친 것으로, 그 다음에 나온 파워 앰프 A1과 짝을 이루게 된다. 그러니 전체적인 로드 맵이 이미 창업 초기에 CH에 있었다는 말이 되고, 그 흐름이 소스부터 파워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해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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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 C1

그럼 이 대목에서 이런 의문이 제시될 법하다. 대체 CH는 디지털 기기 관련 회사냐 아니면 앰프 메이커냐? 그 답은 간단하다. 둘 다 만든다. 왜냐하면 창업자 두 명의 전공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한 명의 기술자에 의존하는 회사와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디지털 소스뿐 아니라 앰프에도 강한 것이다.

현재 CH의 인적 구성으로 보면 두 명의 창업자이자 30년 지기인 플로리언 코시(Florian Cossy)와 티에리 히브(Thierre Heeb)로 요약된다. 그런데 둘의 전공이 각각 다르다. 원래 수학자인 히브는 디지털 도메인을 담당할 뿐 아니라 프로덕션 전체를 책임진다. 반면 코시는 두 명의 직원과 함께 아날로그 관련 제품이나 컨버터 프로세스, 회로 보드 디자인 등을 처리한다. 절묘하게 둘의 역할이 나뉘어 있으면서 또 서로 보조하는 내용이다. 그 역학 관계가 참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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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의 주역. 플로리언 코시(Florian Cossy)(좌)와 티에리 히브(Thierre Heeb)(우)

단, 이들은 철저하게 주변에 있는 공장들과 협력해서, 적절한 OEM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놓았다. 사실 이런 시스템은 CH만의 특징은 아니고, 어지간한 하이엔드 메이커 대부분이 채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의 유연성이라던가 주문량의 적절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여러모로 불리하다. 아무튼 이런 적절한 동반자 관계에서 비롯된 혜택이 바로 C1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자, 그럼 C1이 표방하는 제품 컨셉은 무엇인가? 아주 심플하면서 중요한 명제를 다루고 있다. 입력된 디지털 데이터를 두 가지 측면에서 정확하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바로 타임과 인포메이션. 즉, 정보량의 손실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것이 정확한 타임 그러니까 클럭이라는 측면에서도 일체 하자가 없이 전달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C1이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측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고, 이를 위한 갖가지 조치는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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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1의 후면

C1의 가장 큰 미덕은 일종의 모듈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것이 여러 스테이지를 각각 나눠서 모듈 방식으로 만든 데에 그치지 않는다. 실은 입력단 자체도 무려 3개의 옵션으로 구성되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해놨다.

우선 언급할 것은 표준적인 디지털 입력단이다. 이중에서도 주목할 것이 CH-LINK. 물론 이것을 사용하려면 D1과의 연결이 전제조건이 된다. 이럴 경우 DSD를 비롯한 고음질 파일이 일체의 로스 없이 하나의 컨넥터를 통해 전송된다. 중간에 PCM으로 변환하는 식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이다. 특히 SACD를 듣는 경우라면 당연히 추천할 만한 전송 방식이다.

두 번째는 스트리밍 오디오를 위한 입력단이다. 이것은 이더넷을 베이스로 해서 전송하는 바, 다양한 고음질 파일을 소유한 분들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다.

세 번째는 라인 레벨의 아날로그 입력단이다. DAC에 아날로그 입력이라니, 이 무슨 말인가 의아할 분이 있을 것이다. 실은 본 기의 볼륨단은 무척 정성스럽고 세심하게 제작되어 있다. 특히,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적절하게 섞어서 어지간한 프리 앰프 못지 않다. 그러므로 아날로그 입력단을 넣을 경우, 본격적인 프리 앰프의 기능도 가능하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프리 기능을 구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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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1의 DAC 모듈

자, 이렇게 입력된 디지털 신호를 어떤 프로세싱으로 처리하냐는 본 기의 중요한 과제에 속한다. 이를 위해 CH는 ‘4.8GFLOPS’라는 독자적인 DSP 엔진을 만들었다. 어찌 보면 애너그램부터 이어져 오는 동사의 노하우는 바로 이 DSP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엔진의 첫 번째 임무는 입력된 데이터를 어마어마한 스펙으로 오버 샘플링하는 것이다. 따라서 DSD 혹은 PCM에 따라 705.6KHz 내지는 768KHKz로 변환된다. 이것을 ‘CH-HiD Processing’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것은 채널마다 할당된 네 개의 R-2R 컨버터와 연결된다. 엄청난 물량 투입이다.

기본적으로 두 개의 채널을 일종의 듀얼 모노럴로 구성하면서, 상호 간섭을 극력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전원도 각각 나눠서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양질의 컨버터를 쓴다고 해도, 타임이라는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본 기에는 VCXO라는 클럭을 채널당 하나씩 투입되어 있는데, 이것은 입력되는 어떤 형태의 음성 신호도 다 처리하고 있다.

그래도 외부 클록 제너레이터를 걸고자 한다면, 이를 위한 별도의 옵션 보드가 존재한다. 간단히 말하면 동기화 보드로, ‘Synchronization Board’라고 명명되어 있다. 이를 장착할 경우, 보다 정교한 클로킹을 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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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1 액세서리 박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이 바로 아날로그 스테이지. 아무리 뛰어난 디지털 기술을 갖고 있어도 결국 아날로그로 변환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노하우가 없으면 다 무용지물이다. 이를 위한 대책 역시 잘 되어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일체의 OP 앰프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자적인 디스크리트 회로를 구축해서 정확하면서 음악성이 풍부한 아날로그 출력단을 구축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음성 신호의 전달 과정을 되도록 짧게 처리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음성 신호가 전달되는 경로에 일체의 캐패시터가 개재되지 않는 점은 요즘 하이엔드 앰프의 목표와 일치해서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한다.

아직 동사에서 본격적으로 프리 앰프가 나오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단품으로서 C1이 갖는 의미는 여러모로 고무적이다. 특히, DAC 뿐만 아니라 일종의 프리 앰프로서 기능도 빼어나서, 파워 앰프와 직결해서 써도 무방할 정도다. 대신 X1이라는 별도의 파워 서플라이라던가 여러 입력 보드의 선택 등, 제대로 쓰려면 까다로운 조건도 많다. 이 모든 것을 제대로 갖췄을 때의 음질에 관해선, 과연 현재 왜 CH가 그토록 주목 받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실감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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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 풀 라인업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윌슨 베네시의 플래그십인 카디널을 동원했고, 나머지는 D1~C1~A1으로 이어지는 CH 패밀리가 맡았으며, X1까지 추가로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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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굵기에 여성스런 음색도 발견이 되고,
오케스트라의 노스탤직한 분위기도 일품이다.
절대로 건조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첫 곡으로는 야니네 얀센이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그간 다소 중립적이고, 무덤덤한 느낌의 연주라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상당히 활기차고,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바이올린의 경우, 적절한 굵기에 여성스런 음색도 발견이 되고, 오케스트라의 노스탤직한 분위기도 일품이다. 절대로 건조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특히, 바이올린의 음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이 절묘해서, 협주곡을 듣는 재미가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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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해 빠르게 악상을 전개하는데, 일체 딜레이 되는 부분이 없다.
거의 리얼 타임으로 전개되는 실연을 듣는 듯하다"

이어서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중 행진을 듣는다. 큰 북이 서서히 고조되어 나중에 강력하게 두드릴 때의 묘사나 주변의 공기감이 흔들리는 부분 등이 무척 리얼하다.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해 빠르게 악상을 전개하는데, 일체 딜레이 되는 부분이 없다. 거의 리얼 타임으로 전개되는 실연을 듣는 듯하다. 특히, 본 기의 빼어난 프리 앰프의 실력을 들을 수 있는 바, 전체 악단의 질서정연한 정위감이 그 증거다. 음색 또한 아름답고 또 풍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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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의 완벽한 재해석으로, 마치 다른 곡을 듣는 듯하다.
기타 통의 풍부한 울림이나 낮고 그윽한 보컬의 잔향 등
눈을 감고 들으면 그대로 빨려 들어갈 만큼 흡인력이 강하다"

카산드라 윌슨의 <You Don't Know What Love Is>는 다소 주술적인 곡이다. 나른한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에 맞춰 주문을 걸듯 서서히 보컬이 나온다. 원곡의 완벽한 재해석으로, 마치 다른 곡을 듣는 듯하다. 기타 통의 풍부한 울림이나 낮고 그윽한 보컬의 잔향 등 눈을 감고 들으면 그대로 빨려 들어갈 만큼 흡인력이 강하다. 중간에 짤막하게 나오는 바이올린 솔로는 무척이나 환각적이다. 그대로 눈을 감고 계속 음악을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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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그린이 리드 기타를 치고 또 노래하는 구성인데,
화이트 맨 블루스 특유의 감칠맛이 좋다.
왼쪽 채널을 점거한 스트링스의 화려하면서
구성진 백업은 곡에 더할 나위 없는 낭만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플리트우드 맥의 초창기 블루스 넘버 <Need Your Love so Bad>를 듣는다. 그리 좋은 녹음이 아니지만, 여기서 충분히 그 맛이 살아나고 있다. 피터 그린이 리드 기타를 치고 또 노래하는 구성인데, 화이트 맨 블루스 특유의 감칠맛이 좋다. 왼쪽 채널을 점거한 스트링스의 화려하면서 구성진 백업은 곡에 더할 나위 없는 낭만을 선사한다. 정말 좋았던 옛 시절의 곡을 아무런 가감 없이 기분 좋게 재생한다. 이런 내공이 있는 제품은 흔치 않다. 새삼 CH의 존재가 다정다감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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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25년 전의 일이다. 스위스의 제네바 호수를 끼고 그림같은 절경을 자랑하는 작은 마을이 하나 있다. 그 이름은 베베(Vevey). 여기에 선배의 손에 이끌려,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이는 청소년 한 명이 오디오 숍에 들어섰다. 사실 고작 2천 명 정도의 인구에 불과한 이 마을에서 이런 전문적인 오디오 숍은 좀 과분한 존재. 그러나 제네바와는 고작 2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실질적인 고객은 거기에 더 많았다. 영업에 큰 문제가 있는 상태는 아닌 것이다.
  
아무튼 이 젊은이는 처음 제대로 된 오디오로 음악을 들었다. 그것은 온 감각과 정신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프랑스의 리드(Leedh)에서 만든 CDP에 클라세 앰프를 연결해서 마틴 로건을 구동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오디오로 재생되는 음이 실연 못지않게 얼마든지 훌륭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그보다 두 살 더 많은 선배의 경우, 어느 정도 오디오에 조예가 있었다. 그러나 설마 하고 데려간 이 체험이 후배의 삶을 통째로 바꾸게 될지 몰랐으리라. 아니, 그 또한 큰 영향을 받을 줄 몰랐다.
  
그 후 25년이 흐른 지금, 두 사람은 당당히 CH 프리시젼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선배가 티에리 히브(Thierre Heeb)이고, 후배는 플로리안 코시(Florian Cossy). 해외 오디오 쇼나 국내 방문은 주로 플로리안의 몫이어서, 아무래도 우리에게 친숙한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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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의 공동대표인 플로리안 코시(Florian Cossy)와 티에리 히브(Thierre Heeb)


당시 플로리안의 꿈은 물리학자였다.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연구소 같은 곳에서 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체험 이후 자연스럽게 전자 공학을 함께 병행하게 되었다. 물론 집에 오디오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종의 장전축에 불과해 본격적인 오디오적 쾌감을 얻기에는 터무니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음악을 즐겨온 것은 사실. 아무튼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오디오파일이 되기에 이른다.

이윽고 대학을 로잔공대에 있는 폴리테크니컬에 가면서, 그 한편으로 흥미로운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게 된다. 바로 오디오 수리다. 특히, 레가와 서그덴을 수입하는 회사를 알게 되어, 이쪽 제품을 많이 수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꿈의 오디오를 장만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서그덴에서 나온 CDP와 앰프에 프랑스의 아페르투라에서 나온 스피커. 당시에는 주로 도어스, 클래쉬, 핑크 플로이드, 제네시스 등을 많이 들었고, 지금은 다양하게 듣는 편이다.
  
졸업 후, 운명처럼 골드문트에 지원하게 되고 당연히 입사하게 된다. 왜 운명이냐 하면, 이미 티에리가 그보다 두 달 빨리 입사해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살이나 더 많은 티에리의 경우 입사가 다소 늦어진 것은, 스위스에서 실시하고 있는 징병제를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1996년에 입사한 이후, 처음 손댄 제품은 미메시스 29.4. 이후 미메시스의 27, 28에 SRM 2와 같은 제품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22를 마지막으로 2000년에 퇴사하게 된다. 왜 그랬을까?
  
사실 그곳에는 엔지니어로서 뭔가 창조적인 기획을 하기가 힘들었다. 이미 성공한 시리즈의 후속작을 만든다는 것은, 어느 정도 전작의 울타리 안에 갇힐 수밖에 없다. 미메시스 22의 전신엔 2가 있고, 29에는 9가 있는 식이다.
  
또 당시 디지털 쪽에 흥미로운 기술이 많이 나와 이런 쪽에 손을 대고 싶었지만, 아직 골드문트에서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쪽으로 뭔가 많은 시도를 하고 싶었던 티에리와 플로리안은 결국 독자적인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으니, 그게 바로 전설적인 애너그램이다. 왜 전설적이냐 하면, 2000년대 초 정말 많은 회사들이 애너그램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디오 에어로, 솔루션, 카멜롯 테크놀로지 등 여러 회사들이 자문을 구하거나 혹은 설계를 부탁했다. 그밖에도 많은 회사들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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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에리가 개발한 애너그램의 업샘플링 모듈, Q5. 현재 애너그램 테크놀로지는 영국의 캠브리지 오디오로 인수되었다.
  

여담이지만, 플로이안과 티에리가 퇴사한 이후, 골드문트는 라파엘 파쉬(Rafael Pasche)를 고용해서 텔로스 시리즈를 만들게 된다. 지금, 라파엘도 CH의 일원이 되었다.
  
아무튼 수학을 전공했던 티에리는 디지털 도메인에 무척 강하다. 반면 전자공학과 물리학을 한 플로리안은 컨버터 프로세스나 아날로그쪽이 밝다. 회로 디자인도 최상급이다. 이 두 천재의 만남은, 오디오계 전체를 발칵 뒤집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런 오디오쪽 OEM만 맡아서 한 것은 아니다. 모바일이나 텔레콤 계통의 회사들과 연계해서 새로운 칩을 설계하거나 세미 컨덕터를 개발하는 등, 무척 전문적인 일도 맡아서 했다. 그러므로 당시 CES나 뮌헨 하이엔드 쇼에서 특정 업체가 신제품을 런칭할 경우, 그 핵심 기술을 고안한 티에리나 플로리안이 세미나를 진행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 
  
그 와중에 창업한 오르페우스는 일종의 보너스. 왜 그런가 하면, 특정 고객이 회사를 방문했다고 했을 때, 실제 그들의 실력을 보여줄 제품이 필요했다. 일종의 쇼 케이스와 같은 성격이었다. 한데 갑자기 오르페우스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다. 순식간에 많은 오더가 들어온 것이다. 정말 두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천국과 같은 상황에서 지옥도 함께 있었다. 기본적으로 엔지니어이며 학자 출신인 두 사람인지라, 셈에 어둡다고나 할까? 아무튼 재정 상황이 그리 좋지 못했다. 애너그램만 해도 13명의 인원을 고용했는데, 모두 수준급의 엔지니어들이라 봉급이 엄청났다.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계속 OEM를 따와야만 했다. 그러다 하는 수 없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게 되었는데, 그들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는 이래라 저래라 간섭이 심해진 것이다. 
  
계속된 갈등이 이어졌고, 조금씩 지쳐갔다. 결국 두 사람은 미련없이 회사를 매각하고 나왔다. 그냥 하이테크한 일을 OEM으로 받아서 하자, 뭐 그런 결심으로 ABC PCB를 만든 것이다. 그게 2005년의 일이다. 일종의 자유를 얻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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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하나 있었다. 그 후 가끔 CES며 뮌헨이며 도쿄 등을 방문할 때마다 일본의 대표적인 수입상에서 계속 청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스텔라복스 재팬을 운영하는 니시가와 상. 사실 그의 안테나에 잡힌 브랜드는 항상 성공을 했다. 그의 감각이며 판단은 거의 신적이라고 할까? 오디오계의 숨은 마이다스라 해도 무방하다. KBO에 야신이 있다면, 오디오계엔 니시가와상이 있는 것이다.
  
이미 골드문트 시절부터 두 사람의 재능을 익히 알아온 그가 계속 요청한 것이다. “언제 당신들만의 오디오 회사를 차릴 겁니까” 그럴 때마다 그들의 답은 항상 똑같았다. “관심 없어요.” 뭐 그런 일이 몇 년째 반복이 되었다. 
  
그러다 조금씩 OEM의 일에 지치고, 뭔가 자신들만의 오디오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슬금슬금 내부에서 자라나기에 이르렀다. 결국 2008년에 니시가와상의 요청을 수락하기에 이른다. 당시 아무런 설계나 계획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선뜻 니시가와상은 뭐든지 만들면 가져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뭐라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래서 1년 반의 기간에 걸쳐 연구한 끝에 D1이 나왔다. 정식으로 세상에 소개된 것은 2011년으로, 이후 한 해에 하나씩의 페이스로 계속 신작이 나오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튼 CD 및 SACD 트랜스포트인 D1은 이후 전문적인 DAC이면서 프리 기능을 갖춘 C1이 이듬해에 나옴에 따라 디지털 소스쪽에 방점을 찍게 되었다. 이후 파워라던가 프리앰프 등 다양한 제품군이 뒤따른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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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의 창립작인 SACD트랜스포트 D1과 오디오 컨트롤러 C1


사실 이미 애너그램이며 오르페우스에 여러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 지라, 과연 CH에서 뭐 새로운 게 나올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너그램이 나온 이후 약 10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CH가 나왔다. 그 사이 달라진 디지털 환경을 생각해보고, 그 기술을 선도해온 두 사람의 이력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진보를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쪽엔 샘플링 레이트를 관리하는 기술에 있어서 훨씬 발전된 솔루션을 제안하는 바, 바로 리얼 타임 싱크로나이제이션이라는 테크노롤로지다. 쉽게 이야기해서 각종 데이터를 리얼 타임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한 화이트 페이퍼가 아직 공개되지 않아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차원 자체가 다른 기술력이라고 보면 좋다. 
  
물론 아날로그쪽에도 훨씬 진보적인 기술이 들어갔음은 당연지사. 예를 들어 얼마 전에 발표된 프리앰프의 경우, 핵심 컨셉은 광대역 주파수에 대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역을 넓히면 그만큼 노이즈가 많아진다. 이것을 어떻게 관리하면서 그룹 딜레이를 처리하냐도 관건이다. 그룹 딜레이라는 것은 특정 대역이 다른 대역보다 뒤늦게 전달되는 것이다. 특히 저역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고역도 만만치 않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시물레이션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을 관리하는 툴(tool)이 문제가 된다. 또 이를 알고 새로운 토폴로지를 이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자꾸 들어가게 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니 이쯤 해두겠다. 최신 프리는 그런 숱한 장벽을 넘어서서 독자적인 기술을 장착한 제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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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 최초의 프리앰프인 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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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출시 된 플래그십 파워앰프 M1


최근에 포노 앰프를 발매한 이후, CH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아마 인티앰프가 나오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아무튼 플로리안의 경우, 늘 설계하고, 테스팅하고 게다가 비즈니스 트립까지 병행해야 하니 정말 정신이 없다. 그러므로 휴가가 있으면 되도록 멀리 사라진다. 휴대폰을 꺼두고, 컴퓨터와는 담을 쌓고, 남미의 어느 시골에서 트래킹이나 워킹을 한다. 인생의 깊이를 알고, 묘미를 즐길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다 하겠다. 또 그런 체험이 제품이 정확히 반영되는 것도 불문가지. CH를 알면 알수록, 오디오에 대한 취미도 깊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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