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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Precision]

CH Precision P1 - CH 프리시전 P1 (하이엔드 오디오 포노앰프)
판매가격 : 40,000,000
적립금: 0
제조사: CH PRECISION
브랜드: CH Precision [브랜드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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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정보고시 상품정보고시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름)
품명 및 모델명 P1 제품구성 본체, 메뉴얼, 부속품
품질보증기간 구입일로 1년무상 AS 동일모델의 출시년월 20160101
AS책임자/전화번호 디자인&오디오/02)02-548-7901 제조자/수입자 CH PRECISION/디자인&오디오
주문 후 예상 배송기간 1일 ~ 3일 제조국 스위스
크기 하단 스팩 내역 참조 상품별 세부사항 하단 스팩 내역 참조
색상 하단 스팩 내역 참조 전기안전인증 -
재질 기타 기타 해당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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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세돌과 알파고 사이에 벌어진 세기의 바둑 대결이 화제를 모았다. 창의력이나 영감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바둑과 같이 고도로 복잡한 게임에선 인간이 우위에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세돌측에서도 처음엔 알파고를 약간 깔봤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총 다섯 번의 대국에서 이세돌은 겨우 한 번을 이겼을 뿐이니까. 이에 대해 “이것은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이 아니다”라는 항변도 나왔지만, 아무튼 이를 통해 알파고가 상징하는 AI가 대체 뭐냐, 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번에 만난 CH의 포노 앰프 P1을 보면서 처음에 든 생각은, 드디어 포노 앰프에도 알파고가 나왔구나 하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인공 지능이니 뭐니 떠들고 싶지는 않다. 바둑이라는 것도 결국 일정한 수가 있고, 거기에 따른 어느 정도의 예상 가능한 변수가 있다는 점에서, 결국 고도의 계산기에 불과하지 않냐, 라는 반론이 있다. 실제로 아무리 수학 천재라고 해도 손바닥만한 전자계산기를 이길 수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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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 P1 포노앰프


그렇다면 포노쪽은 어떤가? 당연히 카트리지가 MM이냐 MC냐, 임피던스는 어떻게 되느냐 따위의 몇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물론 이것은 바둑에 비해 훨씬 예상 가능 폭이 적다. 얼마든지 정확하게 연산해서 최상의 값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성은 어떠냐? 바로 이게 문제의 핵심일 것 같은데, 그 답은 이렇다. CH 프리시전 아니냐? 이미 프리와 파워 앰프 등 다양한 컴포넌트에서 그 실력을 입증 받은 메이커의 제품이다. 음악성? 일단 들어보시라. 
  
그렇다. 들어보면 된다. 개개인의 취향이 모두 달라서 뭐라고 단언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P1이 포노 앰프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세돌의 패배처럼, 약간 분한(?) 생각도 든다.
  
사실 아날로그는 오디오 취미의 끝이라는 말이 있다. 턴테이블을 세팅하고, 카트리지를 고르고, 그에 따른 승압 트랜스나 헤드 앰프를 매칭하고 하는 여러 행위에서 고도의 예술적 향기를 뿜어냈던 것이다. 오디오 고수라고 자처한다면, 이 부분에서 절대 남에게 밀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본 기가 나오고 나면, 이중 상당수의 행위가 무의미해진다. 특히 임피던스 매칭이 그렇다. 아날로그에서 가장 까다로운 분야인데, 놀랍게도 본 기는 단 하나의 행위, 동사가 제공하는 도너츠 판 앞뒤면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돌리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자기가 다 알아서 해준다. 참 허망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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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ICISION P1에 동봉된 캘리브레이션 LP


이것은 역으로, 그간 아날로그 취미의 높은 장벽 때문에 망설였던 많은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뉴스이기도 하다. 그냥 마음에 드는 턴테이블을 고르고, 좋다고 하는 카트리지만 사면 그만이다. 그 나머지는 P1이 다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고맙고, 즐거울 수가 있을까? 한 마디로 아날로그 취미의 거대한 혁명(!)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그간 아날로그 애호가들이 해온 생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저출력 MC 카트리지가 그 주범이다. 음질은 좋지만, 매칭시킬 만한 헤드 앰프나 승압 트랜스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코터 박사가 오로지 저출력 고에츠 카트리지를 위해 스스로 승압 트랜스를 따로 제작했을까? 
  
게다가 앰프와 스피커의 매칭처럼, 특정 카트리지는 뭐가 맞다는 공식이 한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거기에 암까지 가세하면 그 순열 조합이 무궁무진하다. 물론 하나의 취미로서, 이렇게 복잡한 세계가 있다는 것은 흥미롭지만, 지금은 21세기, 그것도 거의 16년이 지났다. 바쁘고, 피곤한 세상에 이런 조합을 언제 찾아 해매냔 말이다. 한 마디로, P1의 등장은, 아날로그의 긴 역사에 있어서 큰 획을 그은 것과 마찬가지고, 임피던스 매칭이라는 까다로운 문제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우선 본 기는 세 개의 입력단을 제공한다. 두 개는 저출력 MC 카트리지를 위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고출력 MC 혹은 MM용이다. 이것은 최대 세 대의 턴테이블을 운용할 수 있다는 뜻도 되고, 하나의 턴테이블에 무려 세 개의 암을 달아서 즐길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낡고, 거친 음반의 경우, 비싼 MC를 사용하기 힘들다. 그럴 때 MM이 요긴하긴 한데, 이를 위해 따로 포노 앰프를 투입하자니 좀 고민이 된다. 그런 계륵과 같은 상황도 이 P1 하나면 다 정리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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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할 것은 저출력 MC 카트리지를 재현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이다. 전술한 대로, 일체 임피던스 매칭을 따로 해줄 필요가 없다. 본 기가 알아서 다 연산해서 최적화시킨다. 또 증폭 과정에서 최상의 SN 비를 추구하는 것도 특별하다. 사실 저출력 MC의 경우, 잘못 증폭하면 험이나 노이즈가 무척 많다. 음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런 잡음이 섞이면 고통스럽기만 하다. 이 대목에서 P1의 진가가 새삼 빛나는 것이다.
  
또 모노럴 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 점도 반갑다. 이상하게도 모노 녹음의 경우, 디지털 쪽에선 좀 서투른 감이 있다. 아무리 고음질 파일로 들어봐도 이상하게 모노는 어색하다. 이번 시청에도 일부러 모노 녹음을 걸어봤는데, 역시 아날로그로 들어야 제 맛이 난다. 사실 명반의 상당수가 아직도 모노임을 감안하면, 이 모드의 제공은 무척 귀중하다.
  
LP의 재생에 있어서 RIAA 커브를 제대로 포착하는 것은 당연지사. 본 기는 그에 더해, 옵션 보드까지 제안하고 있다. 그 경우, 아날로그 전성기, 이른바 1950년대~70년대에 녹음된 EMI, Decca, Columbia 그리고 Teldec에 이르는 주요 4개 브랜드의 특별한 커브도 다 커버한다. 
  
뭐, 이왕 이렇게 된 것, 나중에 재즈 애호가를 위해 Blue Note, Prestige, CBS, Riverside 정도의 레이블을 추가로 커버해주면 어떨까 싶기는 하다. 
  
아무튼 아무리 RIAA가 표준형이라고 해도, 그 제정 이전에 많은 난립이 있었고, 제정 후에도 여러 메이커들은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한 바 있다. 그런 복잡한 상황에 적극 대응하는 옵션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본 기엔 최고급 부품이 투입되었고, 풀 디스크리트 회로에 클래스 A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전원부에 과감히 투자를 많이 해서, 리니어 방식으로 큼직한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를 장착한 것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심지어 외장 파워 서플라이인 X1도 접속할 수 있으므로, 이래저래 음질 업그레이드의 요소가 여럿 있다고 하겠다. 
  
아무튼 본 기의 등장으로 인해, 보다 쉽고, 편리하면서 깊은 아날로그의 취미를 만끽할 수 있게 된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세계적으로 아날로그의 붐이 새롭게 불어닥치는 마당에 정말 귀중한 제품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을 위해 앰프군은 모두 CH로 통일했다. L1과 M1이 그 주인공이다. 한편 스피커는 매지코의 S7. 턴테이블은 탈레스 제품으로, TTT-Compact 바디에 동사의 심플리시티 2 톤암이 투입되었으며, 카트리지는 EMT JSD 5 Gold라는 MC형이다. 참고로 턴테이블과 앰프류가 모두 스위스제라는 점이 더욱 기대를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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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악기와 LP의 상관 관계에 대해선 두 말하면 잔소리고, 
본 트랙을 통해 P1의 높은 퀄리티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로스트로포비치 연주, 슈만의 <첼로 협주곡 A단조 1악장>이다. 로제스트벤스키가 이끄는 레닌그라드 필과의 협연이라, 완전한 러시안 일색. 따라서 그 음의 특색이나 분위기가 서구 악단과는 차이가 난다. 상당히 냉정하면서, 차분하고 또 장엄하다. 거기에 중앙에 우뚝 선 첼로의 다양한 기교와 예술성이 아우러져, 높은 완성도를 구축하고 있다. 정교치밀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이 그 안에 깊이 숨어 있다. 어쿠스틱 악기와 LP의 상관 관계에 대해선 두 말하면 잔소리고, 본 트랙을 통해 P1의 높은 퀄리티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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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무대가 협소하고, 악기들이 중앙에 몰려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역폭이 좁거나, 개개 악기의 표현력이 위축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도가 높고, 싱싱하며, 에너지도 출중하다.
P1이 아니면 불가능한, 완벽한 녹음 당시의 공간 재현이다. 


이번에는 모노로 녹음된 마일스 데이비스의 <‘Round About Midnight>이다. 분명 무대가 협소하고, 악기들이 중앙에 몰려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역폭이 좁거나, 개개 악기의 표현력이 위축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도가 높고, 싱싱하며, 에너지도 출중하다. 녹음 당시 스튜디오의 열악함을 커버하기 위해, 드럼 세트는 맨 뒤로, 음량이 큰 존 콜트레인의 테너 색스는 마일스 뒤에 놓는 등, 여러 고안이 이뤄졌는데, 그 부분이 확연히 드러난다. P1이 아니면 불가능한, 완벽한 녹음 당시의 공간 재현이다. 일종의 고고학적 탐구를 연상케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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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은 그냥 다이렉트로 드러내기 보다는, 
보다 고품위하고, 엘레강스한 느낌도 아울러 더해주고 있다. 
M1, L1 등에서 발견되는 CH 특유의 음색과 통하는 바가 있다고 해도 좋다. 


덱스터 고든의 <The Blues Walk>는, 반대로 멀티 마이크 세팅이 일반화된 81년의 녹음이다. 아트 블래키를 위시한 모던 재즈의 거장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그야말로 후끈한 하드 밥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 에너지와 땀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그러나 P1은 그냥 다이렉트로 드러내기 보다는, 보다 고품위하고, 엘레강스한 느낌도 아울러 더해주고 있다. 그 점에서 M1, L1 등에서 발견되는 CH 특유의 음색과 통하는 바가 있다고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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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에 담긴 서정성과 아름다움이 역시 P1의 높은 퀄리티에 맞물려,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차원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P1을 소유한다면 녹음 상태를 신경쓰지 않고도 더 다양한 LP를 컬렉션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 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음을 듣다보면 참 열악한 녹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 보컬 트랙만은 잘 살려놔서, 이 문세의 목소리나 그 개성이 멋지게 우러나오고 있다. 대신 반주 부분에 대해선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이런 낡은 가요 음반을 튼 것은, 아무래도 요즘 LP 르네쌍스에서 가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 곡에 담긴 서정성과 아름다움이 역시 P1의 높은 퀄리티에 맞물려,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차원을 보여주고 있다. 중간에 나온 신디사이저의 솔로조차 멋지게 들린다. 아마 P1을 소유한다면 녹음 상태를 신경쓰지 않고도 더 다양한 LP를 컬렉션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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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25년 전의 일이다. 스위스의 제네바 호수를 끼고 그림같은 절경을 자랑하는 작은 마을이 하나 있다. 그 이름은 베베(Vevey). 여기에 선배의 손에 이끌려,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이는 청소년 한 명이 오디오 숍에 들어섰다. 사실 고작 2천 명 정도의 인구에 불과한 이 마을에서 이런 전문적인 오디오 숍은 좀 과분한 존재. 그러나 제네바와는 고작 2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실질적인 고객은 거기에 더 많았다. 영업에 큰 문제가 있는 상태는 아닌 것이다.
  
아무튼 이 젊은이는 처음 제대로 된 오디오로 음악을 들었다. 그것은 온 감각과 정신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프랑스의 리드(Leedh)에서 만든 CDP에 클라세 앰프를 연결해서 마틴 로건을 구동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오디오로 재생되는 음이 실연 못지않게 얼마든지 훌륭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그보다 두 살 더 많은 선배의 경우, 어느 정도 오디오에 조예가 있었다. 그러나 설마 하고 데려간 이 체험이 후배의 삶을 통째로 바꾸게 될지 몰랐으리라. 아니, 그 또한 큰 영향을 받을 줄 몰랐다.
  
그 후 25년이 흐른 지금, 두 사람은 당당히 CH 프리시젼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선배가 티에리 히브(Thierre Heeb)이고, 후배는 플로리안 코시(Florian Cossy). 해외 오디오 쇼나 국내 방문은 주로 플로리안의 몫이어서, 아무래도 우리에게 친숙한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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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의 공동대표인 플로리안 코시(Florian Cossy)와 티에리 히브(Thierre Heeb)


당시 플로리안의 꿈은 물리학자였다.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연구소 같은 곳에서 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체험 이후 자연스럽게 전자 공학을 함께 병행하게 되었다. 물론 집에 오디오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종의 장전축에 불과해 본격적인 오디오적 쾌감을 얻기에는 터무니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음악을 즐겨온 것은 사실. 아무튼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오디오파일이 되기에 이른다.

이윽고 대학을 로잔공대에 있는 폴리테크니컬에 가면서, 그 한편으로 흥미로운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게 된다. 바로 오디오 수리다. 특히, 레가와 서그덴을 수입하는 회사를 알게 되어, 이쪽 제품을 많이 수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꿈의 오디오를 장만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서그덴에서 나온 CDP와 앰프에 프랑스의 아페르투라에서 나온 스피커. 당시에는 주로 도어스, 클래쉬, 핑크 플로이드, 제네시스 등을 많이 들었고, 지금은 다양하게 듣는 편이다.
  
졸업 후, 운명처럼 골드문트에 지원하게 되고 당연히 입사하게 된다. 왜 운명이냐 하면, 이미 티에리가 그보다 두 달 빨리 입사해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살이나 더 많은 티에리의 경우 입사가 다소 늦어진 것은, 스위스에서 실시하고 있는 징병제를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1996년에 입사한 이후, 처음 손댄 제품은 미메시스 29.4. 이후 미메시스의 27, 28에 SRM 2와 같은 제품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22를 마지막으로 2000년에 퇴사하게 된다. 왜 그랬을까?
  
사실 그곳에는 엔지니어로서 뭔가 창조적인 기획을 하기가 힘들었다. 이미 성공한 시리즈의 후속작을 만든다는 것은, 어느 정도 전작의 울타리 안에 갇힐 수밖에 없다. 미메시스 22의 전신엔 2가 있고, 29에는 9가 있는 식이다.
  
또 당시 디지털 쪽에 흥미로운 기술이 많이 나와 이런 쪽에 손을 대고 싶었지만, 아직 골드문트에서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쪽으로 뭔가 많은 시도를 하고 싶었던 티에리와 플로리안은 결국 독자적인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으니, 그게 바로 전설적인 애너그램이다. 왜 전설적이냐 하면, 2000년대 초 정말 많은 회사들이 애너그램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디오 에어로, 솔루션, 카멜롯 테크놀로지 등 여러 회사들이 자문을 구하거나 혹은 설계를 부탁했다. 그밖에도 많은 회사들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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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에리가 개발한 애너그램의 업샘플링 모듈, Q5. 현재 애너그램 테크놀로지는 영국의 캠브리지 오디오로 인수되었다.
  

여담이지만, 플로이안과 티에리가 퇴사한 이후, 골드문트는 라파엘 파쉬(Rafael Pasche)를 고용해서 텔로스 시리즈를 만들게 된다. 지금, 라파엘도 CH의 일원이 되었다.
  
아무튼 수학을 전공했던 티에리는 디지털 도메인에 무척 강하다. 반면 전자공학과 물리학을 한 플로리안은 컨버터 프로세스나 아날로그쪽이 밝다. 회로 디자인도 최상급이다. 이 두 천재의 만남은, 오디오계 전체를 발칵 뒤집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런 오디오쪽 OEM만 맡아서 한 것은 아니다. 모바일이나 텔레콤 계통의 회사들과 연계해서 새로운 칩을 설계하거나 세미 컨덕터를 개발하는 등, 무척 전문적인 일도 맡아서 했다. 그러므로 당시 CES나 뮌헨 하이엔드 쇼에서 특정 업체가 신제품을 런칭할 경우, 그 핵심 기술을 고안한 티에리나 플로리안이 세미나를 진행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 
  
그 와중에 창업한 오르페우스는 일종의 보너스. 왜 그런가 하면, 특정 고객이 회사를 방문했다고 했을 때, 실제 그들의 실력을 보여줄 제품이 필요했다. 일종의 쇼 케이스와 같은 성격이었다. 한데 갑자기 오르페우스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다. 순식간에 많은 오더가 들어온 것이다. 정말 두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천국과 같은 상황에서 지옥도 함께 있었다. 기본적으로 엔지니어이며 학자 출신인 두 사람인지라, 셈에 어둡다고나 할까? 아무튼 재정 상황이 그리 좋지 못했다. 애너그램만 해도 13명의 인원을 고용했는데, 모두 수준급의 엔지니어들이라 봉급이 엄청났다.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계속 OEM를 따와야만 했다. 그러다 하는 수 없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게 되었는데, 그들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는 이래라 저래라 간섭이 심해진 것이다. 
  
계속된 갈등이 이어졌고, 조금씩 지쳐갔다. 결국 두 사람은 미련없이 회사를 매각하고 나왔다. 그냥 하이테크한 일을 OEM으로 받아서 하자, 뭐 그런 결심으로 ABC PCB를 만든 것이다. 그게 2005년의 일이다. 일종의 자유를 얻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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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하나 있었다. 그 후 가끔 CES며 뮌헨이며 도쿄 등을 방문할 때마다 일본의 대표적인 수입상에서 계속 청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스텔라복스 재팬을 운영하는 니시가와 상. 사실 그의 안테나에 잡힌 브랜드는 항상 성공을 했다. 그의 감각이며 판단은 거의 신적이라고 할까? 오디오계의 숨은 마이다스라 해도 무방하다. KBO에 야신이 있다면, 오디오계엔 니시가와상이 있는 것이다.
  
이미 골드문트 시절부터 두 사람의 재능을 익히 알아온 그가 계속 요청한 것이다. “언제 당신들만의 오디오 회사를 차릴 겁니까” 그럴 때마다 그들의 답은 항상 똑같았다. “관심 없어요.” 뭐 그런 일이 몇 년째 반복이 되었다. 
  
그러다 조금씩 OEM의 일에 지치고, 뭔가 자신들만의 오디오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슬금슬금 내부에서 자라나기에 이르렀다. 결국 2008년에 니시가와상의 요청을 수락하기에 이른다. 당시 아무런 설계나 계획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선뜻 니시가와상은 뭐든지 만들면 가져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뭐라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래서 1년 반의 기간에 걸쳐 연구한 끝에 D1이 나왔다. 정식으로 세상에 소개된 것은 2011년으로, 이후 한 해에 하나씩의 페이스로 계속 신작이 나오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튼 CD 및 SACD 트랜스포트인 D1은 이후 전문적인 DAC이면서 프리 기능을 갖춘 C1이 이듬해에 나옴에 따라 디지털 소스쪽에 방점을 찍게 되었다. 이후 파워라던가 프리앰프 등 다양한 제품군이 뒤따른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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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의 창립작인 SACD트랜스포트 D1과 오디오 컨트롤러 C1


사실 이미 애너그램이며 오르페우스에 여러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 지라, 과연 CH에서 뭐 새로운 게 나올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너그램이 나온 이후 약 10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CH가 나왔다. 그 사이 달라진 디지털 환경을 생각해보고, 그 기술을 선도해온 두 사람의 이력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진보를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쪽엔 샘플링 레이트를 관리하는 기술에 있어서 훨씬 발전된 솔루션을 제안하는 바, 바로 리얼 타임 싱크로나이제이션이라는 테크노롤로지다. 쉽게 이야기해서 각종 데이터를 리얼 타임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한 화이트 페이퍼가 아직 공개되지 않아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차원 자체가 다른 기술력이라고 보면 좋다. 
  
물론 아날로그쪽에도 훨씬 진보적인 기술이 들어갔음은 당연지사. 예를 들어 얼마 전에 발표된 프리앰프의 경우, 핵심 컨셉은 광대역 주파수에 대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역을 넓히면 그만큼 노이즈가 많아진다. 이것을 어떻게 관리하면서 그룹 딜레이를 처리하냐도 관건이다. 그룹 딜레이라는 것은 특정 대역이 다른 대역보다 뒤늦게 전달되는 것이다. 특히 저역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고역도 만만치 않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시물레이션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을 관리하는 툴(tool)이 문제가 된다. 또 이를 알고 새로운 토폴로지를 이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자꾸 들어가게 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니 이쯤 해두겠다. 최신 프리는 그런 숱한 장벽을 넘어서서 독자적인 기술을 장착한 제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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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 Precision 최초의 프리앰프인 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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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출시 된 플래그십 파워앰프 M1


최근에 포노 앰프를 발매한 이후, CH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아마 인티앰프가 나오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아무튼 플로리안의 경우, 늘 설계하고, 테스팅하고 게다가 비즈니스 트립까지 병행해야 하니 정말 정신이 없다. 그러므로 휴가가 있으면 되도록 멀리 사라진다. 휴대폰을 꺼두고, 컴퓨터와는 담을 쌓고, 남미의 어느 시골에서 트래킹이나 워킹을 한다. 인생의 깊이를 알고, 묘미를 즐길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다 하겠다. 또 그런 체험이 제품이 정확히 반영되는 것도 불문가지. CH를 알면 알수록, 오디오에 대한 취미도 깊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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